2024.03.29 (금)
테라스에 앉아 있는 한 남성이 거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 오리가 아기 오리들을 이끌고 도심 거리에 나타난 것인데요.
그런데 그가 잠시 한눈을 팔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땐 엄마 오리만이 홀로 남아 울고 있었습니다.
엄마 오리는 고개를 숙인 채 꽥꽥- 울며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듯 보였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남성이 엄마 오리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엄마 오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남성은 전화기를 꺼내 동물 구조단체 RSPCA에 연락했습니다.
"도와주세요. 하수구에 아기 오리들이 가득 차 있어요."
아기 오리들이 엄마를 따라 보도에서 도로로 뛰어내리다 하수구 안으로 차례차례 빠진 것이죠.
현장에 출동한 RSPCA 구조요원은 제니 씨는 우선 아기 오리들이 다른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하수구 안의 모든 구멍을 그물로 막았습니다.
그다음엔 뜰채로 아기 오리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조심스럽게 건져 상자 안에 담았습니다. 다행히 물길에 휩쓸려 가거나 다친 아기 오리는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제니 씨는 아기 오리가 담긴 상자를 품에 안고 근처 호숫가로 걸어갔습니다. 그 뒤를 엄마 오리가 다급한 걸음으로 쫓았습니다.
호숫가에 도착한 제니 씨가 잔디 위에 상자를 기울이자, 천방지축 아기 오리들이 우루루 달려 나왔습니다.
엄마 오리는 뒤뚱거리며 아기 오리들을 살피더니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숨을 골랐습니다. 그리곤 엉덩이를 크게 한 번 털고는 호숫가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자 아기 오리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 토실토실한 몸을 수면 위로 던졌습니다. 녀석들은 물에 얼굴을 담그기도 하고 장난을 치는 등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화롭게 헤엄쳐 갔습니다.
제니 씨는 RSPCA 홈페이지에 현장에 있던 오리 가족의 사진과 함께 당시 훈훈한 구조 소감을 전했습니다.
"엄마 오리에게는 가슴 쓸어내리는 하루였겠지만 동시에 운이 좋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신고해 준 남성과 안전하게 구조할 우리가 있었으니까요. 반면, 아기 오리들은 즐거운 놀이공원에 다녀온 것처럼 행복해 보였습니다."
아기 오리가 하수구에 빠지는 사건은 매년 끊이질 않는데요. 오리와 공존하는 도시는 하수구에 추가 안전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RSPCA
© 꼬리스토리, 제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2024 꼬리스토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