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지난 6월 초, 터키에서 전철 운전기사로 근무하는 세르핫 씨가 지상 노선을 운행 중일 때였습니다. 반대편 선로에 놓인 작은 자갈이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자갈이 움직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세르핫 씨는 전철을 서서히 세운 후, 안내 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차량이 멈춘 이유를 전했습니다.
"안내 방송 드립니다. 반대편 선로에서 거북을 발견했습니다. 녀석을 구하기 위해 잠시 열차를 세우니 승객 여러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소 황당한 안내 방송에 승객들은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창문 밖을 내다보고 나서야 세르핫 씨가 한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짜임을 깨달았습니다.
전철에서 내린 세르핫 씨는 선로에 낀 거북을 집어 들은 후, 안전한 곳에 내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녀석이 제 길을 갈 수 있도록 등껍질을 톡- 두드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거북은 이제야 살았다 싶었는지 앞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갔고, 전철 안에선 승객들의 박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습니다.
거북을 구하기 위해 승객들의 불만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철을 세운 세르핫 씨의 사연이 인터넷에 퍼지게 되었고, 당시 상황이 담긴 보안 카메라가 공개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거북을 위해 열차를 세울 것인지를 한참 동안 망설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상에 담긴 세르핫 씨는 어떠한 주저함도 없이 바로 열차를 세웠습니다.
한순간에 언론과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 세르핫 씨는 거북을 구할 때의 소감을 묻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모든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운전기사로서의 의무를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얘기하는 거예요. 동물도 우리만큼 소중한 존재거든요. 미디어의 관심은 부담스럽지만, 이 기회를 빌려 많은 분들이 동물을 소중히 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Serhat To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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