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얼마 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한 동물병원에 돌덩이를 품에 안은 손님 한 분이 허겁지겁 들어오더니 크게 외쳤습니다.
"누가 이 강아지 좀 도와주세요!"
다급하게 들어온 손님은 병원과 협력 관계를 맺은 지역 동물보호소의 봉사자였고, 그의 품에 안긴 돌의 정체는 강아지였습니다.
동물병원 종사자인 베티 씨는 당시의 충격적인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 누구도 그게 강아지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어요."
의료진을 잠시 충격에 빠트리게 만든 건 녀석의 외관이었습니다.
강아지의 털은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어디가 얼굴이고 어디가 엉덩이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귀를 가져다 대서 숨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아야 했어요. 그곳이 얼굴일 테니까."
베티 씨를 비롯해 수의사와 미용사 그리고 봉사자가 즉시 모여 털 해체 작업에 나섰습니다.
딱딱하게 굳은 털은 바로 잘라낼 수 없어 야금야금 긁다시피 제거해야 했고, 4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개의 윤관이 드러났습니다.
잘라낸 털을 모아 저울 위에 달아보니 무려 7kg에 달했습니다. 웬만한 성인 남성이 사용하는 바벨의 무게를 작은 강아지가 몸에 짊어지고 다닌 것이죠.
베티 씨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 건 무거운 털 그 자체보다는 털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녀석의 힘든 과거입니다.
의료진은 녀석이 오랫동안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곳에 1년 이상 갇혀있던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네. 최소 1년이요. 몇 년이나 되었는진 알 수 없어요."
정말 다행인 점은 녀석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척 밝고 애교가 많다는 것입니다.
"저것 좀 보세요."
베티 씨가 가리킨 곳에는 9살의 코커스패니얼이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헥헥 거리며 잔디 위를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버터 덩어리라는 뜻으로 팻이라는 이름을 얻은 녀석은 현재 임보 가정집의 소파에 누워 행복한 낮잠을 즐기고 있습니다.
녹아버린 버터처럼 말이죠.
"버터가 겪은 일은 제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얼마나 끔찍한지 다들 아실 거예요. 그럼에도 저렇게 웃습니다. 그럼에도 쟤는 저렇게 아직도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 모습이 참 다행이면서 미안하고 슬픕니다. 버터가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Heart of LCAC,
@Clinton Animal Hos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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