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얼마 전, 영국 미들즈브러에 위치한 RSPCA 동물보호소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숲을 산책하던 한 주민이 버려진 개와 마주쳤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구조대원인 루스 씨는 출동할 때만 하더라도 가슴이 그렇게 아플지 몰랐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루스 씨는 우거진 나뭇잎 위에 몸을 말고 누워있는 개를 발견했습니다. 녀석이 공격적일지 순할지는 아직 모르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루스 씨조차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자리에 엎드린 채로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어요."
보통 인간에게 적대적이거나 겁이 많으면 이빨을 드러내거나 멀리 도망칩니다. 반대로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없으면 가만히 있거나 다가오죠.
그런데 녀석은 분명 루스 씨를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도망가지 않은 채 벌벌 떨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였어요."
녀석은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또 사람을 두려워했으나 도망칠 의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루스 씨는 개가 겪었을 아픔이 상상이 돼 금방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녀석은 인간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실제로 우여곡절 끝에 찾은 이전 보호자는 `개를 다른 사람에게 판 지 오래다`라며 냉정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루스 씨를 비롯한 RSPCA 직원들은 녀석에게 뱅뱅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후, 뱅뱅이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돌봤습니다.
다행히 천성적으로 순한 뱅뱅은 자신을 곁을 24시간 지켜주고 돌봐주는 사람을 향해 다시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뱅뱅이 행복해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루스 씨는 녀석의 새 가족을 찾기 위해 입양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그가 뱅뱅에 대해 묘사한 짤막한 추천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겐 용기 내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 먼저 사랑할 줄 알기에 사랑받을 자격이 이는 아이."
뱅뱅의 수줍은 고백을 받아주세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 꼬리스토리, 제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2024 꼬리스토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