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몇 달 전, 캘리포니아 주택가 앞을 지나던 한 남성은 평소처럼 산책하다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덩굴과 잡초로 뒤덮인 낡은 집에서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려온 것인데요.
그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였습니다.
폐가 안으로 들어간 남성은 굳게 닫힌 방앞에 다다랐습니다. 문 손잡이는 공포영화에서나 보듯 자물쇠로 칭칭 감겨있었습니다. 마치 절대 열어서는 안 된다는 듯이 말이죠.
하지만 울음소리는 더욱 애처롭게 흘러나왔고, 그는 용기를 내 낡은 문을 억지로 뜯어내고 나서야 구슬피 울던 주인공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 세상에..."
바로 앙상하게 마른 핏불이었습니다.
녀석은 뒷다리를 다쳤는지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했으나, 그 와중에도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반가웠는지 꼬리를 신나게 흔들었습니다.
당시 현장을 발견했던 주민의 심경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정황으로 보아 누군가 고의로 다친 개를 굶겨 죽이려는 의도가 분명했기 때문이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여동생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고, 잠시 후 폐가에 도착한 여동생과 함께 다친 개를 곧장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킬 때는 환자의 이름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데요. 동물도 예외는 없었고, 남매는 녀석의 이름을 즉석에서 지어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그날, 남매와 레미의 공식적인 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검진 결과, 레미의 다리는 이미 오래전에 부러졌다가 어긋난 상태로 아물고 있었으며, 영양실조와 탈수 증상까지 앓고 있었습니다.
남매가 무엇보다 걱정한 건 레미의 트라우마였습니다. 상처야 지금은 비록 고통스럽지만 언젠가는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녀석이 겪은 정신적 충격은 자칫 평생 갈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특히 녀석처럼 아주 잔인하게 학대당한 것을 고려한다면 말이죠.
상황을 직접 본 것은 아니기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레미를 아무도 오지 않는 폐가 안에 가둔 후 자물쇠로 감아놓았다는 것은 꼼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즉, 레미의 다리도 그 사이코패스가 부러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오빠가 근처를 지나고 있지 않았더라면, 레미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녀석은 그대로 갇혀 외롭게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시간을 보냈을 레미를 위해 여동생인 제이미 씨가 직접 녀석을 임시 보호하고 새 가족을 찾아주기로 했습니다.
제이미 씨가 레미에게 음식을 챙겨주던 날, 그녀는 레미의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음식을 앞에 두고 저를 한참을 바라보았어요. 마치 '정말요? 제가 이 음식을 먹어도 되나요?'라며 허락을 구하는듯한 눈빛이었죠."
제이미 씨의 헌신적인 사랑과 돌봄 덕에 레미의 살이 통통하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절뚝거렸던 다리도 많이 나아져 가볍게 뛰어다닐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또 변한 게 있다면 레미에게 마침내 새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죠.
"제 허락을 구하던 레미의 눈빛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어요. 저는 녀석이 행복하길 바랐고요. 그리고 저와 함께 있을 때 녀석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죠. 네. 레미는 저와 함께 살 겁니다."
글 제임수
사진 Bored 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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