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페루에 사는 존 씨는 얼마 전 일어났던 아찔한 사건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가 사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반려견이 추락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반려견이 뛰어내린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7월 초, 퇴근 후 집 앞에 도착한 존 씨는 현관문 앞에 서서 여자친구와 잠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20초도 안 되는 짧은 수다였지만, 누군가에는 그 순간이 영겁의 시간처럼만 느껴졌습니다.
바로 아파트 발코니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그의 반려견 미나입니다.
미나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갔습니다. 당장 만나서 인사를 나눠도 모자랄 판에 아빠가 옆 사람과 느긋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으니까요.
결국, 답답한 미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아빠의 품에 안기기로 결심합니다. 발코니에서 뛰어내리는 것이죠. 그런데 녀석이 있는 곳은 4층이었습니다.
한편,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낀 존 씨는 하늘을 쳐다보았는데, 순간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도움닫기를 하는 미나였습니다.
"안 돼 안 돼. 미나 안 돼!"
화들짝 놀란 존 씨는 본능적으로 떨어지는 미나를 향해 두 손을 뻗었고, 다행히도 미나는 아무런 부상 없이 아빠 품에 쏘옥- 안길 수 있었습니다.
존 씨와 곁에 있던 여자친구는 너무 놀라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지만, 미나의 꼬리는 태연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미나의 입장에선 모든 게 그저 계획대로 되었을 뿐이니까요.
이 모든 과정은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보안 카메라에 전부 담겼고, 해당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며 미나는 페루에서 가장 용감한 강아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존 씨는 이날의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등줄기에 땀이 흐릅니다. 끔찍한 악몽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 필요는 없어요. 안타깝게도 미나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지만요."
현재 미나는 안전망을 설치할 때까지 발코니 출입이 금지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 @John Alexander Palomino Bend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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